이복희 담쟁이의 예절.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의 예절.
담쟁이의 예절
/이복희
어느 별의
정장을 차려입은들
저만한 신사가 있을까
켜켜로 줄 맞춰 놓은 듯
수직돌 끌어안고
일광욕 즐기는 잎들
딱, 공평한 자리 배분
토 다는 놈 없는 예의범절
키 크고 배불리는 일에
골몰했던 내게
더불어 살아가라는 설법이다. 🍒
❄출처 : 이복희 시집, 『오래된 거미집』, 모악, 2022.
🍎 해설
도종환 시인의 유명한 시 <담쟁이>는 담쟁이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담벼락에 탁 붙어서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고 어깨를 기대어가며 또한 올라가자 올라가자 서로 응원해 가면서 절망을 넘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무리 힘든 시련이라도 강한 의지와 함께라는 연대의식이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좀 투쟁적이다.
이에 반해 신인 이복희 시인의 <담쟁이의 예절>은 차분하고 냉정한 편이다. 켜켜로 줄 맞춰 놓은 듯, 딱, 공평한 자리 배분 토 다는 놈 없는 예의범절, 한 뼘 두 뼘 만들어가는 담쟁이의 모습. 이것은 우리에게 더불어 함께 살아가라는 화합과 상생의 메시지를 조용히 전달하고 있다.
🌹이복희 시인
이복희 시인은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경희사이버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이 당선되고 2022년 계간 『시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그의 첫 시집이다.
❄출처 : 이복희 시집, 『오래된 거미집』, 모악, 2022, 출판사의 작가 소개문.
켜켜로 줄 맞춰 놓은 듯
딱, 공평한 자리 배분
토 다는 놈 없는 예의범절
키 크고 배불리는 일에
골몰했던 내게
더불어 살아가라는 설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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