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신경림 명시 갈대

무명시인M 2021. 2. 1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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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명시 갈대. 어찌 여자의 마음만  갈대인가?

신경림 명시 갈대. 신경림 명시중 하나인 갈대다. 설날 연휴 마지막날, 산다는 게 뭔지 오늘 한 번 생각해 보고 내일 출근하시기 바란다.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소리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출처: 신경림, 갈대, 농무, 월간문학사, 1973>

 

🌹 초점 해설

우리는 우리 인생이 눈물이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그러나 어느날 밤 문득 자기성찰의 시간이 오면 그때야 깨닫게 된다.인생은 슬프고 힘든 것이다.허무한 것이다.내면의 슬픔때문에 인간은 조용히 소리없이 운다.그러나 자신을 성찰할줄 모른다면 비애도 없다.자기성찰이 있는 인간은 역시 위대하다.

 

인간은 나약하기 짝이 없는 갈대이지만 동시에 생각하는 갈대(파스칼)이기 때문에 살아 남는다.갈대처럼 바람에 꺾이지는 않는다.다만 흔들릴 뿐이다.자기 성찰의 시간에 조용히 속으로 흐느낄 뿐이다.고달퍼서 우는 게 아니다. 허무주의도 아니다.바로 생각하는 갈대이기 때문에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고 조용히 우는 것이다.

 

🌹파스칼 팡세의 갈대와 신경림의 갈대

파스칼은 팡세에서 주장하였다. 인간은 광대무변한 우주에 비하면 겨우 하나의 점과 같은 갈대처럼 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인간의 위대성은 자신이 비참하다는 것을 아는 점에서 위대하다. 나무는 자기가 비참하다는 것을 모른다. 자신의 비참을 아는 것은 비참하다. 그러나 자신이 비참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곧 위대함이다라고 파스칼은 주장한다. "공간에 의해서 우주는 나를 싸고, 하나의 점으로서 나를 삼킨다. 그러나 사고에 의해서 나는 우주를 싼다"고 말한다. 결국 생각이 증요하다고 역설한다. 생각에 따라서는 내가 우주를 싸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스칼은 올바르게 사유하도록 힘쓰자고 결론을 내린다. 좀 어렵다. 생각하는 갈대인 인간이 자신이 비참하다는 것을 아는 점은 인간의 위대성이다라고 말한 파스칼의 팡세와 신경림의 갈대는 일맥상통하고 있는 것 같다.

 

🌹 박일남의 갈대의 순정

갈대의 순정

/노래 박일남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사랑엔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말어라

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갈대의 순정

 

말없이 보낸 여인이 눈물을 아랴

가슴을 파고드는 갈대의 순정

못잊어 우는 것은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말어라

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갈대의 순정

 

갈대가 박일남인지, 아니면 말없이 보낸 여인인지?

문법적으로는 말을 하고 있는 박일남이 갈대이지만, 통념적으로는 여자의 마음을 갈대라고 하므로 여인이 갈대인 것 같은데.

 

가수 박일남씨에게 묻습니다. 도대체 누가 갈대요?

그러나 박일남씨. 자연과 운명의 법칙에 어디 남녀가 구분되겠습니까. 이 노래의 가사는 한 편의 시요, 묘한 매력과 감동이 있습니다. 박일남씨가 또한 이 가사를 잘 소화해서 이 노래가 박일남씨의 18번이 되었지요.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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