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장정일 좋은 시 하숙

무명시인M 2022. 5. 2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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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좋은 시 하숙. Source: www. pexels. com

장정일 좋은 시 하숙. 1970년대 대학가 하숙방의 모습. 지금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하숙

/장정일

녀석의 하숙방 벽에는 리바이스 청바지 정장이 걸려 있고

책상 위에는 쓰다만 사립대 영문과 리포트가 있고 영한 사전이 있고

재떨이엔 필터만 남은 켄트 꽁초가 있고 씹다 버린 셀렘이 있고

서랍 안에는 묶은 플레이보이가 숨겨져 있고

방 모서리에는 파이오니아 앰프가 모셔져 있고

레코드 꽂이에는 레오나드 코헨, 존 레논, 에릭 클랩튼이 꽂혀 있고

방바닥엔 음악 감상실에서 얻은 최신 빌보드 차트가 팽개쳐 있고

쓰레기통엔 코카콜라와 조니 워커 빈 병이 쑤셔 박혀 있고

 

그 하숙방에, 녀석은 혼곤히 취해 대자로 누워 있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꼼짝도 않고 🍒

 

출처 : 장정일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 민음사, 2002.

 

🍎 해설

이 시는 마치 카메라 앵글이 찍은 1970년대 초 대학가 하숙방 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방 안의 사물들은 모두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서구 문물과 정서의 산물이다. 청바지를 입고 영어에 능통하며 팝송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젊은이가, 당시의 젊은이들의 스펙인 것처럼 보이던 때였다.

 

잠들어 있음은 무비판적이고 무분별한 서구 문물의 수용을 뜻한다. 물론 지금의 젊은이들은 녀석처럼 술에 취해 잠들어 있지는 않다. 지금은 걸러내기의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서구 물질문명과 유행을 잘 여과시키면서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 시가 일부 경박한 세태와 풍조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서 우효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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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하숙방 벽에는 리바이스 청바지 정장이 걸려 있고

쓰레기통엔 코카콜라와 조니 워커 빈 병이 쑤셔 박혀 있고

 

그 하숙방에, 녀석은 혼곤히 취해 대자로 누워 있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꼼짝도 않고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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