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좋은 시 좋은 약. 세상은 아직도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곳이란다.
좋은 약
/나태주
큰 병 얻어 중환자실에 널부러져 있을 때
아버지 절룩거리는 두 다리로 지팡이 짚고
어렵사리 면회 오시어
한 말씀, 하시었다
얘야, 너는 어려서부터 몸은 약했지만
독한 아이였다
네 독한 마음으로 부디 병을 이기고 나오너라
세상은 아직도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곳이란다
아버지 말씀이 약이 되었다
두 번째 말씀이 더욱
좋은 약이 되었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알에이치코리아, 2015.
🍎 해설
나태주 시인은 10여년 전 중병을 앓았다. 생사기로에 있었다. 그때, “아버지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병원에 오셔서 해준 말씀 덕에 기적처럼 살아났다"고 시인은 회고한다. "처음 시인이 된다고 했을 때 탐탁지 않아 하셨지만, 나중엔 첫 시집 내라며 쌀 열 가마니를 내주시는 등 늘 마음을 보태주셨다"고 말했다.
'너는 독한 아이였으니 그 독한 마음으로 부디 병을 이기라"며 잠자고 있던 자식의 저력을 깨우려는 그 한마디는 정말 좋은 약이 되었다. ‘세상은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곳’이라는 아버지의 그 다음 말엔 어느 철학보다 힘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좀 거리감이 느껴지는 분이지만 자신의 오늘이 있게 만들어 준 정말 소중한 분이다.
큰 병 얻어 중환자실에 널부러져 있을 때
아버지 절룩거리는 두 다리로 지팡이 짚고
얘야, 너는 어려서부터 몸은 약했지만
독한 아이였다
네 독한 마음으로 부디 병을 이기고 나오너라
세상은 아직도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곳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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