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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좋은 시 작은 짐승

무명시인M 2022. 5. 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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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좋은 시 작은 짐승. Source: www.pixabay. com

신석정 좋은 시 작은 짐승 평화적이면서 자연주의적인 아름다운 목가시

작은 짐승

/신석정

란(蘭)이와 나는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밤나무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다문다문 선 사이사이로 바다는 하늘보다 푸르렀다

 

란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짐승 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란이와 나는

푸른 바다를 향하고 구름이 자꾸만 놓아가는

붉은 산호와 흰 대리석 층층계를 거닐며

물오리처럼 떠다니는 청자기 빛 섬들을 어루만질 때

떨리는 심장같이 자지러지게 흩날리는 느티나무 잎새가

란이의 머리칼에 매달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란이와 나는

역시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순하디 순한 작은 짐승이었다. 🍒

 

출처 : 1939년 문장 7, 신석정 시집, 슬픈 목가, 낭주문화사, 1947.

 

🍎 해설

이 시는 근원적 평화와 절대 순수의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다.

 

높은 산 언덕 느티나무 아래서 티끌하나 없는 순진무구함으로 푸른 바다를 바다를 바라보던 옛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

 

그것은 누구나 꿈꾸는 보편적 향수일 것이다. 또는 우리가 품고 있던 근원에의 갈망일 것이다.

란이와 나, 둘이 말없이앉아 있었던 것처럼 평화롭고 서정적인 목가시다.

 

🌹나태주 시인의 해설

신석정 시인의 시 가운데 독자들이 좋아하는 시편들로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임께서 부르시면,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난초,수선화, 대바람 소리등 여러 편이 있지만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시는 작은 짐승이란 시입니다.

 

전원서정의 귀감이요 노장철학이 배어 있노라 평가되는 신석정 시인의 시편. 초창기 시편에서는 어쩌면 만해 한용운이나 인도의 타고르 같은 시인의 호흡이 어른거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에 수록된 작은 짐승은 매우 아담하면서도 시인 특유의 평화적이면서 자연주의적인 풍모가 십분 발현된 작품입니다. 소박하지만 완벽한 시라 그럴까요. 오로지 사랑의 세계, 고요의 세상입니다. 인간끼리의 어울림이 그렇고 인간과 자연의 교감이 그렇습니다.

 

즐겨 자연은 인간의 배경이 되지만 자연도 인간에게 배경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과 자연이 둘이 아니고 하나입니다. 어쩌면 나의 시 돌계단같은 작품은 시인의 이런 작품을 오래 읽고 외운 나머지 저절로 나온 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이 시 가운데 나오는 이란 누구일까? 얼마나 이 시가 맘에 들었으면 좋아하던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의 여학생의 이름을 스스로 이란 지어놓고 글을 쓰고 편지를 쓰고 그러했겠습니까? 참 지향 없는 일이요 부질없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 나태주 시인의 언론 기고문(2012)에서 부분 발췌.

 

🌹안도현 시인의 해설

지금, 연애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시를 한 번 읽어 주지 않겠는냐고. 굳이 이름의 끝 글자가 ''이 아니더라도, ''이거나 ''이라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 한 편 읽어 주는 사랑을 좀 해보자고. 이와 나는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이와 나는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그 구닥다리, 그 고색 창연한 사랑법이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없던 다리를 놓고, 이미 놓여진 다리를 더 튼튼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시는 사랑의 열정을 퍼올리는 펌프이니까. 그래, 시읽기는 펌프질이니까.

 

부디 연애 시절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 한 편 읽어 주지 않은 사내하고는 다시 만나지 말기를. 그리고 서점의 시집 코너 앞에 다리가 저릴 때까지 서 있어 본 적이 없는 여자하고는 당장 절교하기를.

- 안도현 시인의 언론 기고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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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짐승 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란이와 나는

역시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순하디 순한 작은 짐승이었다.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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