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유하 좋은 시 자동문 앞에서

무명시인M 2022. 5. 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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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좋은 시 자동문 앞에서. Source: www. pixabay. com 키위새의 모습.

유하 좋은 시 자동문 앞에서. 열려라 참깨, 이 주문만 외우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세상이다.

자동문 앞에서

/유하

이제 어디를 가나 아리바바의 참깨

주문 없이도 저절로 열리는

자동문 세상이다.

 

언제나 문 앞에 서기만 하면

어디선가 전자 감응 장치의 음흉한 혀끝이

날름날름 우리의 몸을 핥는다 순간

스르르 문이 열리고 스르르 우리들은 들어간다.

 

스르르 열리고 스르르 들어가고

스르르 열리고 스르르 나오고

그때마다 우리의 손은 조금씩 퇴화하여 간다.

 

하늘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 하는

날개 없는 키위새

머지않아 우리들은 두 손을 잃고 말 것이다.

 

정작, 두 손으로 힘겹게 열어야 하는

그,

어떤, 문 앞에서는

키위키위 울고만 있을 것이다. 🍒

 

출처 : 유하 시집, 무림일기, 문학과지성사, 2012.

 

🍎 해설

*아리바바의 참깨: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열려라 참깨”, 이 주문만 외우면 문이 스르르 열린다.

*키위새: 천혜의 환경에서 천적없이 살면서 날개가 퇴화해 버려 날지 못하는 뉴질랜드의 새.

 

이 시는 문명비평적인 시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첨단기술에 익숙해져 인간의 주체적 의지를 상실해 가는 오늘의 우리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미래에는 날개없는 키위새와 같이 인간의 주체적 역량과 의지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환기시키고 있다.

 

스르르 열리고 스르르 나오고 등 감각적인 음성어와 대구법 등으로 시적운률과 시적 긴장감을 높인 우수작품이다.

 

바야흐로 로봇시대, AI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동이 아니면 어떤 것에 부딪혀 두 손으로 해결해야 될 때에도 키위키위 울고만 있을 키위새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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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디를 가나 아리바바의 참깨

주문 없이도 저절로 열리는

자동문 세상이다.

 

하늘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 하는

날개 없는 키위새

머지않아 우리들은 두 손을 잃고 말 것이다.

 

정작, 두 손으로 힘겹게 열어야 하는

그,

어떤, 문 앞에서는

키위키위 울고만 있을 것이다.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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