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명시 해마다 봄이 되면. 어머니는 봄처럼 부지런해야 한다고 하셨다.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
❄출처 : 조병화 시집, 『조병화 시선- 나는 내 어둠을』, 민음사, 1975.
🍎 해설
이 시는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봄의 교훈적인 덕목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성찰하고 있다.
어머니는 봄처럼 부지런해야 한다고 하셨다. 봄처럼 꿈을 지녀라고 말씀하셨다. 봄처럼 새로워지라고 말씀하셨다. 모두 명령문으로 두 번씩 반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이 없다. 모두 교훈이지만 딱딱한 교훈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체험과 생활주변에서 그 소재를 찾아 솔직하게 진술하며, 아주 쉬운 시어로 삶을 긍정적으로 그려내는 조병화 시인의 시심이 가슴에 와 닿는다.
마치 가방끈이 아주 짧았던 내 어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쉬운 낱말만 골라 조곤조곤 타이르는 말씀처럼 따뜻하다. 그러나 한 구절 한 구절 속에는 극진한 사랑이 배여 있다.
평생 바쁘시기만 했던 어머니, 그 따뜻하고 감싸안고 부드랍기만 하시던 어머니가 자꾸 생각난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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