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

심훈 명시 그날이 오면

무명시인M 2022. 3. 1.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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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명시 그날이 오면. Source: www.pixabay. com

심훈 명시 그날이 오면. 오늘은 3·1절이다. 해마다 오늘이 오면 우리 국민들은 그날이 오면을 다시 읽어 본다.

그날이 오면

/심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치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 하거던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

 

출처 : 심훈(沈熏)의 유고 작품집, 그날이 오면, 한성도서주식회사, 1949.

 

🍎 해설

오늘은 31일이다. 해마다 3·1절이 되면 우리 국민들은 일제강점기의 작가이자 민족운동가였던 심훈 시인의 이 시를 다시 읽어 본다. 이 시는 일제 강점기에 나온 대표적인 저항시로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시인의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과 조국 광복에 대한 의지가 굳건하게 드러나는 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수백 수천의 시를 쓰고도 시인의 이름으로 기억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설가 심훈은 <그 날이 오면>의 단 한편의 시로 불멸의 시인이 되었다.

 

심훈 시인은 제일고보(현 경기고)시절인 31운동 때 운동에 가담, 학교를 퇴학당하고 4개월 간 복역했다. 이 시는 1932년에 발표하려다가 일제의 검열에 걸려 햇빛을 보지 못하다가 해방 후인 1949년에야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민족 해방을 고대하는 마음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해방이 되는 그 날이 오기만 한다면, 목숨은 스스로 초개같이 저버려도 좋다는 것이 이 시의 주제가 되고 있다.

 

광복의 그날이 왔을 때 터져 나올 민족적 환희에 시인의 시적 열망이 집약되어 있다. 1연에서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기쁜 소식을 울리겠다고 하는 것이나, 2연에서 드는 칼로 자신의 몸에서 가죽을 벗겨 북을 만들어 둘러메고 여러분의 앞장을 서도 광복의 그 우렁찬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아쉬움 없이 눈을 감겠다는 무서운 전율감마저 느끼게 해주는 시인의 외침은 민족광복에 대한 강렬한 의지의 표현이다.

 

심훈은 출세작 상록수를 쓴 소설가이다. 이 시가 시인으로선 비록 언어적 세련성의 척도에서 볼 때 거칠고 투박하다는 지적을 받고는 있으나, 식민지시대의 민족적 저항의지를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후의 명시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 고은 시인의 해설

이 시는 일찍이 C M 바우러 (옥스퍼드대 시학교수)'시와 정치'에 소개돼 구약시대 다윗 시편을 연상시키는 그 비장감이 멀리 알려졌다.

 

3.1운동에 참가한 심훈(沈熏.1901~1936) '상록수' 의 소설가일 뿐 아니라 30년대 뛰어난 저항시인으로 고난의 길을 걸었다.

 

'그날' 이란 얼마나 강렬한 환희인가.

 

오늘의 나약한 1인칭 시편들이 배울 바인지 모르겠다.

- 고은 시인, 언론 기고문(1998)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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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리오리다.

두 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 하거던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Source: www.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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