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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좋은 시 몸이 많이 아픈 밤

무명시인M 2021. 12. 18.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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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좋은 시 몸이 많이 아픈 밤, Source: www. pixabay. com

함민복 좋은 시 몸이 많이 아픈 밤. 우리는 자연에게 큰 신세를 지면서 살아가고 있다.

몸이 많이 아픈 밤

/함민복

하늘에 신세 많이 지고 살았습니다

푸른 바다는 상한 눈동자 쾌히 담가주었습니다

산이 늘 정신을 기대어주었습니다

태양은 낙타가 되어 몸을 옮겨주었습니다

흙은 갖은 음식을 차려주었습니다

바람은 귓속 산에 나무를 심어주었습니다

달은 늘 가슴에 어미 피를 순환시켜주었습니다 🍒

 

출처 : 함민복, 몸이 많이 아픈 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 1996.

 

🍎 해설

우리는 끊임없이 자연에게 신세를 지며 살고 있다. 하늘과 바다와 산. 태양과 땅과 바람과 달. 이런 자연의 순수한 기운을 우리 몸과 마음에 담아 자연의 위대한 힘으로 자신을 순화시키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게 우리 몸과 마음이 아플 때 쓸 수 있는 진정한 치료법일지도 모른다. 자연의 순수하고 위대한 모습을 하나 하나씩 그린 아름다운 시적 에스프리는 우리 마음을 감동시킨다. 당신이 제일 감동받은 자연은 어떤 자연인가요?

 

🌹 김용택 시인의 해설

홀로 아프면 너무 쓸쓸하다. 홀로 아프면 세상의 끝으로 가 몸이 바다에 잠긴다. 돌아눕고 돌아누우며 삶의 바닥에 가 닿는다. 아프구나, 아픔은 존재 근원에 눈뜬다. 고요한 적막에 모을 누이고 떠돌던 마음을 잡아내려 등짝이 방바닥에 안착한다. 삶이여! 신세 질 자 곁에 없는 맑은 삶이여! 강화에 홀로 산다는 이 사내를 나는 한 번 본 적이 있다. 전화를 한 번 한 적이 있고. 민복아! 이렇게 부르면 그 이름이 정말 다정도 하다.

- 김용택, 시가 내게로 왔다3, 마음산책, 2010에서 발췌.

 

하늘에 신세 많이 지고 살았습니다

푸른 바다는 상한 눈동자 쾌히 담가주었습니다

흙은 갖은 음식을 차려주었습니다

달은 늘 가슴에 어미 피를 순환시켜주었습니다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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