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오규원 고요

무명시인M 2024. 12. 2.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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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원 고요.

오규원 고요. 묵묵히 견뎌야 하는 삶.

고요

/오규원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 🍒

 

출처 : 오규원 시집, 두두, 문학과 지성사, 2008.

 

🍎 해설

*비비추: 옥잠화와 비슷한 꽃.

 

아직 라일락은 오지 않았고 장미는 멀리 있다. 지금은 라일락의 계절, 뭔가 흔들리고 있는데. 라일락 아래는 '라일락의 고요', 비비추 아래는 '비비추의 고요'. 마찬가지로 그대에게는 그대의 고요, 슬픔에게는 슬픔의 고요가 있다.

 

고요와 고요 사이에 고요가 서있다. 고요는 평화롭고 충만하며 창조적이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고요의 힘으로 꽃은 진다. 어떤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꽃이 지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 주세요.” 이처럼 고요하고 투명한 시선과 무심한 마음, 고요가 필요할 때가 있다.

 

우리는 묵묵히 견뎌야 하는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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