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이대흠 옛날 우표

무명시인M 2024. 11. 2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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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옛날 우표.

이대흠 옛날 우표. 우표를 침으로 붙이던 종이 편지가 그립다.

옛날 우표

/이대흠

혀가 풀이었던 시절이 있었지

먼 데 있는 그대에게 나를 태워 보낼 때

우표를 혀끝으로 붙이면

내 마음도 찰싹 붙어서 그대를 내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었지 혀가 풀이 되어

그대와 나를 이었던 옛날 우표

 

그건 다만 추억 속에서나 있었을 뿐이지

어떤 본드나 풀보다도

서로를 단단히 묶을 수 있었던 시절

그대가 아무리 먼 곳에 있더라도

우리는 떨어질 수 없었지

 

혀가 풀이었던 시절이 있었지

사람의 말이 푸르게 돋아

순이 되고 싹이 되고

이파리가 되어 펄럭이다가

마침내 꽃으로 달아올랐던 시절

 

그대의 손끝에서 만져질 때마다

내 혀는 얼마나 달아올랐을까

그대 혀가 내게로 올 때마다

나는 얼마나 뜨거운 꿈을 꾸었던가

 

그대의 말과 나의 꿈이 초원을 이루고

이따끔은 배부른 말 떼가 언덕을 오르곤 하였지

세상에서 가장 맑은 바람이 혀로 들고

세상에서 가장 순한 귀들이 풀로 듣던 시절

 

그런 옛날이 내게도 있었지 🍒

 

출처 : 이대흠 시집,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창비, 2018.

 

🍎 해설

엣날에 우리들은 종이 편지를 주고받는 마음의 산책, 설렘과 그리움과 서운함이 어우러지는 시간을 가졌다.

 

먼 데 있는 그대에게 나를 태워 보낼 때 우표를 혀끝으로 붙이면 내 마음도 찰싹 붙어서 그대를 내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었지 혀가 풀이 되어 그대와 나를 이었던우표를 붙인 편지가 우리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우표를 침으로 붙이던 종이 편지가 실종된지 오래다. 요즈음은 문자 메시지나 페이스북이나 카톡이다. 서로 자유롭게 영상 통화가 가능한 세상이다.

 

시인은 문명을 복고적으로 후퇴시키자는 말을 하는게 아니다. 그리움의 서정을 송두리채 잃어가고 있는 현상을 한번 생각해 보자고 한다.

 

우리가 지금 잃어버리고 있는 소중한 순수성, 서정성을 생각해 보자고 한다.

 

혀가 풀이었던 시절이 있었지

먼 데 있는 그대에게 나를 태워 보낼 때

우표를 혀끝으로 붙이면

내 마음도 찰싹 붙어서 그대를 내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었지 혀가 풀이 되어

그대와 나를 이었던 옛날 우표

 

그건 다만 추억 속에서나 있었을 뿐이지

어떤 본드나 풀보다도

서로를 단단히 묶을 수 있었던 시절

그대가 아무리 먼 곳에 있더라도

우리는 떨어질 수 없었지

세상에서 가장 맑은 바람이 혀로 들고

세상에서 가장 순한 귀들이 풀로 듣던 시절

 

그런 옛날이 내게도 있었지

https://youtu.be/f0SxlejQGDA?si=es-mkIMXyp-Hl2Lq

이동원 가을 편지.

혀가 풀이었던 시절이 있었지
먼 데 있는 그대에게 나를 태워 보낼 때 우표를 혀 끝으로 붙이면
내 마음도 찰싹 붙어서 그대를 내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엇지
혀가 풀이 되어 그대와 나를 이었돈 옛날 우표
어떤 본드나 풀보다도 서로를 단단히 묶을 수 있었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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