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좋은 시 겨울나무. 겨울나무는 깡마른 체구로 홀로 서 있다. 그러나 그는 겨울을 버텨낸다.
겨울나무
/장석주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속에
말없이 서있는
흠 없는 혼 하나
당분간 페업합니다
이 들끊는 영혼을
잎사귀를 떠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 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
❄출처: 장석주, 겨울나무,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 해설
겨울나무는 나뭇잎을 다 떨구고 수액을 땅 속으로 깊이 감추고 소생의 정신 하나로 서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문패도 떼어 버렸다. 폐업신고다. 나무는 어려운 이 시기에는 우선 자신의 몸체가 얼어 붙지 않도록 수액을 아래로 내려 보낸다. 그리고 미리 꽃눈을 만들어 놓는다. 봄에 자랄 잎, 줄기, 꽃이 될 조직을 눈에 담아 엄동설한을 이겨낸다.
지금은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지만 봄이 되면 또 다시 새 잎 달고 새 삶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잠시 들렀다 가는 길일뿐이다. 겨울나무 너는 인간들보다 낫단다. 인생은 딱 한 번뿐. 너처럼 새 잎을 피워내지 못한다. 나는 너 겨울나무를 통해서 딱 한 번뿐인 인생의 소중함을 느끼고 또 느낀다.
이원수 시인은 너를 이렇게 노래한다.
겨울나무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눈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잎사귀를 떠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 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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