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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좋은 시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바로 오늘이 사랑할 시간이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정현종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가 플라스틱 악기를 부-부- 불고 있다
아주머니 보따리 속에 들어 있는 파가 보따리 속에서
쑥쑥 자라고 있다
할아버지가 버스를 타려고 뛰어오신다
무슨 일인지 처녀 둘이
장미를 두 송이 세 송이 들고 움직인다
시들지 않는 꽃들이여
아주머니 밤 보따리, 비닐보따리에서
밤꽃이 또 막무가내로 핀다
❄출처: 정현종,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시집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문학과지성사, 2018.
🍎 해설
걸음을 멈추고 잠시 주위를 돌아보라. 아이가 부는 플라스틱 악기의 소리에 절로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할아버지가 버스를 타려고 뛰어오신다. 장미꽃을 든 처녀들의 모습은 꽃보다 아름답다. 당신이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는 순간, 주변의 이 모든 풍경은 당신 마음을 사로 잡을 것이다. 이런 모습을 당신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버스정류장에서 여러분이 매일 보는 것처럼 여러분의 일상 속에 있다. 숨어 있는 아주 작은 삶의 모습들이 다 사랑스러운 모습들이다.
그러나 아주머니 보따리 속에 들어 있는 파가 보따리 속에서 쑥쑥 자라고 있듯이 그리고 플라스틱 악기를 부는 아이가 금방 버스타려고 뛰어오시는 할아버지가 되듯이 시간은 화살과 같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바로 오늘이
사랑할 시간이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가 플라스틱 악기를 부-부- 불고 있다
아주머니 밤 보따리에서 밤꽃이 또 막무가내로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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