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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선 사랑. 온유한 사랑에 대한 조용한 사유.
사랑
/이성선
더러운 내 발을 당신은
꽃잎 받듯 받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흙자국을 남기지만
당신 가슴에는 꽃이 피어납니다
나는 당신을 눈물과 번뇌로 지나가고
당신은 나를 사랑으로 건넙니다
당신을 만난 후 나는 어려지는데
나를 만난 당신은 자꾸 늙어만 갑니다 🍒
❄출처 : 이성선 시집,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세계사, 2000.
🍎 해설
이성선 시인(1941~2001)은 평생 설악산 기슭에 살면서 시를 써 왔다. 뛰어난 서정시인이었다. 그의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조화롭게 유도하며 우주의 질서 안에 인간의 삶이 놓여 있음을 관찰하는 데 충실하다.
그의 사랑시도 그렇다. 온유한 사랑을 주로 쓴다. 사랑을 조용히 사유한다.
당신은 언제나 나의 잘못을 감싼다. 그러다보니 나는 점점 어려지는데 나를 만난 당신은 자꾸 늙어만 간다. 사랑에 대한 사유가 부드럽고 겸허한 시어(詩語)에 실려 가만가만 들려온다.
더러운 내 발을 당신은
꽃잎 받듯 받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흙자국을 남기지만
당신 가슴에는 꽃이 피어납니다
나는 당신을 눈물과 번뇌로 지나가고
당신은 나를 사랑으로 건넙니다
당신을 만난 후 나는 어려지는데
나를 만난 당신은 자꾸 늙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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