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새떼. 새떼를 보며 흘러가는 인생을 생각한다.
새떼
/문정희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피도 흘러서 하늘로 가고
가랑잎도 흘러서 하늘로 간다.
어디서부터 흐르는지도 모르게
번쩍이는 길이 되어
떠나감 되어.
끝까지 잠 안든 시간을
조금씩 얼굴에 묻혀가지고
빛으로 포효(咆哮)하며
오르는 사랑아.
그걸 따라 우리도 모두 흘러서
울 이유도 없이
하늘로 하늘로 가고 있나니. 🍒
❄출처 : 문정희 시집, 『새떼』, 민학사, 1975.
🍎 해설
이 시는 하늘을 날으는 새떼를 보며 시인이 펼친 생각을 담고 있다.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강물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흐름의 행로에서 예외적이지 않다는 뜻이다.어디서부터 흐르는지 모르게 출발했어도, 대부분의 존재는 언제나 길 위에 있으며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는 중이다. 가랑잎도 흘러서 하늘로 간다. 지상의 많은 것들은 시간의 흐름을 타고 변화하여 결국은 하늘로 가고 한 곳에서 만나게 된다.
흐르는 동안 시간은 우리를 지나쳐 사라진다. 그러나 그 중 몇몇의 시간은 지워지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 우리 삶의 소중한 의미를 형성하게 된다. 그 눈부신 시간들은 우리로 하여금 `빛으로 포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또한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피도 흘러서 하늘로 가고
가랑잎도 흘러서 하늘로 간다.
어디서부터 흐르는지도 모르게
번쩍이는 길이 되어
떠나감 되어.
끝까지 잠 안든 시간을
조금씩 얼굴에 묻혀가지고
빛으로 포효(咆哮)하며
오르는 사랑아.
그걸 따라 우리도 모두 흘러서
울 이유도 없이
하늘로 하늘로 가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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