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백석 박각시 오는 저녁

무명시인M 2024. 3. 7. 10:54
728x90
반응형

백석 박각시 오는 저녁.

백석 박각시 오는 저녁. 짙은 향토색 시어로 그려내는 공동체적 삶.

박각시 오는 저녁

/백석

당콩밥에 가지 냉국의 저녁을 먹고 나서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집은 안팎 문을 횅 하니 열젖기고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

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대림질감들이 한불 널리고

돌우래며 팟중이 산 옆이 들썩하니 울어댄다

 

이리하여 하늘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

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

 

출처 : 백석 지음, 정본 백석 시집, 문학동네, 2020.

 

🍎 해설

*당콩밥: 강낭콩을 드문 드문 놓은 밥

바가지꽃: 박꽃

박각시: 일종의 나방

주락시: 나방의 일종

한불: 많은 것들이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

돌우래: 말똥벌레나 땅강아지와 비슷한 벌레의 일종

팟중이: 메뚜기과에 속하는 곤충

 

박꽃이 피는 저녁이면 달빛을 따라 박각시 나방이 지붕 위로 날아든다.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집안의 문이란 문은 다 열고 밖으로 나간다. 시원한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 멍석을 깔고 누우면 밤의 장막이 내려와 지친 이들을 덮어준다. 돌우래, 팟중이 같은 작은 곤충이 울기 시작하고, 잔콩 같은 별들이 하늘 마당으로 우르르 쏟아진다.

 

백석 시의 기조처럼 이 시 역시 일제 강점기하의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 삶의 소중함을 짙은 향토색 어휘로 그려내고 있다.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 삶의 단합정신을 은근히 노래하고 있다. 서정적 풍경과 향토색 시어들이 아름다운 명곡처럼 명화처럼 가슴에 와 닿는다. 아름다운 시다.

반응형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집은 안팎 문을 횅 하니 열젖기고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

 

이리하여 하늘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

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이리하여 하늘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
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반응형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도현 봄  (2) 2024.03.09
장석남 수묵 정원 9 - 번짐  (0) 2024.03.08
김소월 풀따기  (0) 2024.03.06
나태주 3월  (0) 2024.03.02
복효근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같이는  (0) 202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