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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수묵 정원 9 - 번짐

무명시인M 2024. 3. 8.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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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수묵 정원 9 -번짐.

장석남 수묵 정원 9 - 번짐. 수묵화처럼 번져야 사랑이다.

水墨(수묵)정원 9-번짐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 번 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
 
❄출처 : 장석남 시집,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창비, 2001.
 

🍎 해설

수묵화(水墨畵)는 한지(韓紙)에 먹이 번져 퍼지는 효과를 얻는 방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한지에 떨어진 먹물의 번짐은 목련꽃이나 열매뿐만 아니라 계절을 그린다.
 
수묵의 농담과 여백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없다.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화선지의 여백이 서로를 끌어 안고 있다. 이것이 번짐이다. 번짐은 자신의 색을 고집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고유한 색을 지울 수 있을 때 번짐은 시작된다.
 
서로 간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서 서로 이해하고 어우러져 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번짐. 스밈과 어울림, 그리고 나눔. 스며야 번지고, 번져야 나눈다. 어울려야 함께 환해진다. 자신의 고유한 색을 너무 고집하지 말라. 번져야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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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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