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풀따기. 풀을 따서 시냇물에 던져 본 적이 있나요?
풀따기
/김소월
우리 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 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립은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엷게 떠갈 제
물살이 헤적헤적 품을 헤쳐요.
그립은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여운 이 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 헤보아요. 🍒
❄출처 : 동아일보 1921. 4. 9에 발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시집』, 부크크, 2018.
🍎 해설
김소월의 시는 우리의 민요적 전통을 계승, 발전시켰다. 이 시도 운률이 우리의 정서와 맞는다. 아름답다.
김소월의 만나고 떠나는 사랑의 원리를 통한 삶의 인식을 형상화한 시는 대체로 슬프고 쓸쓸하고 애잔하다.
그러나 김소월은 사랑의 슬픔과 한을 노래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 시도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조용히 담고 있다.
임을 그리워하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냇물에 던진다. 집 뒷산,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바닥, 파아란 풀 그림자...한 폭의 고향 풍경화가 그려진다.
그리운 임은 지금 내 곁에 없다. 그런 처지의 자신을 가엾게 생각하지만 결코 임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임에 대한 그리움을 강하게 가지면서 날마다 풀을 따서 시냇물에 던지고 대화를 나눈다.
애잔한 듯 하면서도 애잔하지 않은 포근한 사랑시다.
그립은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그립은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여운 이 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 헤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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