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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같이는. 물방울이 토란잎에 구슬처럼 모인다.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같이는
/복효근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잎이 물방울을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되나 🍒
❄출처 : 복효근 시집, 『새에 대한 반성문』, 시와시학사, 2000.
🍎 해설
물방울은 토란잎에 둥글둥글 구슬처럼 모인다. 물방울은 토란잎에 떨어져 뒹굴 때 다른 그 어떤 곳에 떨어진 것보다 영롱하고 투명하고 아름답고 맑다. 또한 토란잎은 물방울 때문에 푸르다. 아름답다. 아름다운 조화다. 어느 순간 물방울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물방울이 다녀간 토란잎은 다시 토란잎으로 돌아가, 아니 이전보다 더 싱싱한 푸르름을 빛내며 서 있다.
그렇게 물방울이 토란잎과 어울리다가 사라질 때가 되면 토란잎이 털어내기 전에 스스로 흔적 없이 사라지는 그 산뜻한 모습이 아름다운 사랑이 아닐까?
상대방과 토란잎-물방울처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사랑. 떠나야 할 때 흔적 없이 떠날 수 있는 사랑.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아름다운 사랑. 이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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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둥근 표정
토란잎이 물방울을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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