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도토리 두 알. 도토리 키재기. 훌륭한 참나무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도토리 두 알
/박노해
산길에서 주워든 도토리 두 알
한 알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
한 알은 크고 윤나는 도토리
나는 손바닥의 도토리 두 알을 바라본다
너희도 필사적으로 경쟁했는가
내가 더 크고 더 빛나는 존재라고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싸웠는가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를
멀리 빈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
울지 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 🍒
❄출처 :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느린걸음, 2010.
🍎 해설
산길에서 주워든 도토리 두 알." '크고 윤나는 도토리'와 '작고 보잘것없는 도토리'를 비교한다. 시인의 관심은 '작고 보잘것없는 도토리'에 집중된다. 하지만 그는 이 싸움을 바라보며 어느 한쪽을 편들기보다는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묻는다. 시인은 단순히 약자에 대한 연민만을 앞세워 투쟁을 조장하기보다는 모두에게 보편적인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고자 한다.
시인은 우리에게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현대사회의 물질만능 풍조 속에서 우리는 "더 크고 더 빛나는 존재"가 되어 쓸모를 인정받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한다. 도토리 키재기 경쟁을 한다.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좌절감으로 고통을 받는다.
그럴 때 이 시를 꺼내 들자.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이라는 구절. 전진하라. 지금은 비록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지만 언젠가 크고 멋진 참나무가 되리라. 훌륭한 인생 참나무, 멋진 삶이 되리라.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를
멀리 빈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
울지 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