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 배를 매며. 사랑이란 우연히 던져지는 밧줄을 받아 배를 매게 되는 것.
배를 매며
/장석남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 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 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 있다 🍒
❄출처 : 장석남 시집,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창작과비평사, 2000.
🍎 해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넋 놓고 앉았다가 우연히 받게 되는 밧줄 같은 것이다.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넋 놓고 앉았다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사랑이란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과 같이 우연히 찾아 온다.
시인은 이어 사랑은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라 했고,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고 한다.
당신은 지금 “빛 가운데 온종일 울렁이며 떠 있는 배”가 되고 싶지 않은가?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 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