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수필 술. 술도 못 먹으면서 무슨 재미로 사시오? 명수필. 피천득 /술 "술도 못 먹으면서 무슨 재미로 사시오?" 하는 말을 가끔 듣는다. 그렇기도 하다. 술은 입으로 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그것이 우리가 늙어 죽기 전에 진리로 알 전부이다. 나는 입에다 잔을 들고 그대 바라보고 한 숨 짓노라. 예이츠는 이런 노래를 불렀고, 바이런은 인생의 으뜸가는 것은 만취라고 하였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백(李白)을 위시하여 술을 사랑하고 예찬하지 않은 영웅 호걸, 시인,묵객이 어디 있으리오. 나는 술을 먹지 못하나 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름날 철철 넘는 맥주잔을 바라다보면 한숨에 들이마시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차라리 종교적 절제라면 나는 그 죄를 쉽사리 범하였을 것이요, 한때 미국에 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