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좋은 시 푸른곰팡이. 종이 편지가 실종된지 오래다. 푸른곰팡이 /이문재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출처 : 이문재, 푸른곰팡이, 이문재 시집 산책시편, 민음사, 1993. 🍎 해설 엣날에 우리들은 편지 한 통을 주고 받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움의 편지를 쓰는데 며칠 걸리고 그걸 휴지통에 버리고 다시 쓰기를 대여섯번, 가는데 또 며칠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