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좋은 시 노독. 당신은 길 너머를 그리워 한 죄를 짓지는 않았습니까? 노독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부리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 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출처 : 이문재, 노독, 마음의 오지, 문학동네, 1999. 🍎 해설 노독(路毒). 옛날에는 짚신 신고 한양에 과거 보러갈 때엔 노독을 풀 수가 있었다. 문경 새재 주막에서 하룻밤 자면서 여독을 풀었다. 내가 살아 온 길을 뒤돌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