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철 이향. 인간의 원천적 그리움인 향수. 이향(離鄕) /이기철 제대를 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나는 개나리꽃이 한 닷새 마을의 봄을 앞당기는 산란초 뿌리 풀리는 조그만 시골에서 시나 쓰는 가난한 서생이 되어 살려고 생각했다. 고급 장교가 되어 있는 국민학교 동창과 개인회사 중역이 되어 있는 어릴 적 친구들이 모두 마을을 떠날 때 나는 혼자 다시 이 마을로 돌아와 탱자나무 울타리를 손질하는 초부가 되어 살려고 생각했다. 눈 속에서 지난해 지워진 쓴냉이 잎새가 새로 돋고 물레방앗간 뒷쪽에 비비새가 와서 울면 간호원을 하러 독일로 떠난 여자 친구의 항공엽서나 기다리며 느린 하학종을 울리는 낙엽송 교정에서 잠처럼 조용한 풍금소리를 듣는 2급 정교사가 되어 살려고 생각했다. 용서할 줄 모르는 시간은 물처럼 흘러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