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 가을 들. 가을 들판처럼 살아가자.가을 들/신달자삼천 번을 심고 추수하고 다시 삼천 번을 심고 추수한 후의 가을 들을 보라 극도로 예민해진 저 종이 한 장의 고요 바람도 다소곳하게 앞섶 여미며 난다 실상은 천년 인내의 깊이로 너그러운 품 넓은 가슴 나는(飛) 것의 오만이 어쩌다 새똥을 지리고 가면 먹물인가 종이는 습자지처럼 쏘옥 빨아들인다 이런 넉넉한 종이가 있나 다 받아 주는데도 단 한 발자국이 어려워 입 닫고 고요히 지나가려다 멈칫 서 떨고 있는 초승달. 🍒 ❄출처 : 신달자 시집, 『종이』, 민음사, 2011. 🍎 해설광화문글판이 2023년 가을을 맞아 새롭게 단장했다. 이번 광화문글판 가을편은 신달자 시인의 시 ‘가을 들’에서 가져왔다. 이 시는 가을 들판처럼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