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앞이 안보여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판자 다리를 위태롭게 건너고 있는 것이 인생. 앞이 안보여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신경림 앞 못 보는 사람이 개울을 건너고 있다. 지팡이로 판자 다리를 더듬으며 빠질 듯 빠질 듯 위태롭게 개울을 건너고 있다. 나는 손에 땀을 쥔다 가슴이 죈다 꿈속에서처럼 가위 눌려 소리도 지르지 못한다. 그러다 문득 나는 개울을 건너고 있는 것이 그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앞이 안보여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빠질 듯 빠질 듯 위태롭게 개울을 건너고 있는 것이 우리들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사람들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안타깝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그 앞을. 🍒 ❄출처 : 신경림 시집, 『쓰러진 자의 꿈』, 창작과비평사, 1993. 🍎 해설 이 시에는 우선 반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