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신경림 앞이 안 보여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무명시인M 2024. 2. 2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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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앞이 안보여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신경림 앞이 안보여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판자 다리를 위태롭게 건너고 있는 것이 인생.

앞이 안보여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신경림

앞 못 보는 사람이 개울을 건너고 있다. 지팡이로 판자 다리를 더듬으며 빠질 듯 빠질 듯 위태롭게 개울을 건너고 있다. 나는 손에 땀을 쥔다 가슴이 죈다 꿈속에서처럼 가위 눌려 소리도 지르지 못한다.

 

그러다 문득 나는 개울을 건너고 있는 것이 그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앞이 안보여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빠질 듯 빠질 듯 위태롭게 개울을 건너고 있는 것이 우리들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사람들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안타깝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그 앞을. 🍒

 

출처 : 신경림 시집, 쓰러진 자의 꿈, 창작과비평사, 1993.

 

🍎 해설

이 시에는 우선 반전의 미학이 있다. 앞 못 보는 사람이 개울을 건너고 있다. 지팡이로 판자 다리를 더듬으며 빠질 듯 빠질 듯 위태롭게 개울을 건너고 있다. 이 사람이 장님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 시는 판자로 엮은 위태로운 다리 위를 지팡이로 더듬어 걷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우리는 마음의 눈, 심안心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心眼으로 인생길을 더듬어 가지 않을 수 없다. 겸허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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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못 보는 사람이 개울을 건너고 있다. 지팡이로 판자 다리를 더듬으며 빠질 듯 빠질 듯 위태롭게 개울을 건너고 있다.

 

그러다 문득 나는 개울을 건너고 있는 것이 그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앞이 안보여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빠질 듯 빠질 듯 위태롭게 개울을 건너고 있는 것이 우리들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사람들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안타깝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그 앞을.

앞 못 보는 사람이 개울을 건너고 있다.
그러다 나는 그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개울을 건너고 있는 것이 우리들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그 앞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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