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박각시 오는 저녁. 짙은 향토색 시어로 그려내는 공동체적 삶. 박각시 오는 저녁 /백석 당콩밥에 가지 냉국의 저녁을 먹고 나서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집은 안팎 문을 횅 하니 열젖기고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 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대림질감들이 한불 널리고 돌우래며 팟중이 산 옆이 들썩하니 울어댄다 이리하여 하늘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 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 ❄출처 : 백석 지음, 『정본 백석 시집』, 문학동네, 2020. 🍎 해설 *당콩밥: 강낭콩을 드문 드문 놓은 밥 바가지꽃: 박꽃 박각시: 일종의 나방 주락시: 나방의 일종 한불: 많은 것들이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 돌우래: 말똥벌레나 땅강아지와 비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