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 명시 가을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을시다.가을날/라이너 마리아 릴케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긴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막바지의 열매들을 영글게 하시고, 하루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베푸시어, 영근 포도송이가 더 온전하게 무르익게 하시고, 짙은 포도주 속에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해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내일날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낙엽이 떨어져 뒹굴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 해설 가을의 기도로 유명한 김현승 시인은 가을은 "릴케의 시와 자신에 입 맞추는 시간"이라고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