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명 가을날. 소박한 서정정의 가을시. 가을날 /노천명 겹옷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산산한 기운을 머금고 드높아진 하늘은 비로 쓴 듯이 깨끗한 맑고도 고요한 아침 예저기 흩어져 촉촉이 젖은 낙엽을 소리 없이 밟으며 허리띠 같은가을날 /노천명 길을 내놓고 풀밭에 들어 거닐어 보다 끊일락 다시 이어지는 벌레 소리 애연히 넘어가는 마디마디엔 제철의 아픔을 깃들였다 곱게 물든 단풍 한잎 따 들고 이슬에 젖은 치맛자락 휩싸 쥐며 돌아서니 머언데 기차 소리가 맑다 🍒 ❄출처 : 노천명 시집, 『사슴의 노래』, 스타북스, 2020. 🍎 해설 *애연히: ‘구름이나 안개 따위가 짙게 낀 상태’를 말한다. 끊일락 다시 이어지는 풀벌레 울음이 안개처럼 자욱하다는 뜻이다. 정겨운 가을시다. 젖은 낙엽을 소리 없이 밟으며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