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 시계. 인생의 애수가 짙게 깔려 있는 시.시계/김남조그대의 나이 90이라고 시계가 말한다 알고 있어, 내가 대답한다 그대는 90살이 되었어 시계가 또 한 번 말한다 알고 있다니까, 내가 다시 대답한다 시계가 나에게 묻는다 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 내가 대답한다 내면에서 꽃피는 자아와 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 그러나 잠시 후 나의 대답을 수정한다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시계는 즐겁게 한판 웃었다 그럴 테지 그럴 테지 그대는 속물 중의 속물이니 그쯤이 정답일 테지…… 시계는 쉬지 않고 저만치 가 있었다 🍒 ❄출처 : 김남조 시집, 『충만한 사랑』, 열화당, 2017. 🍎 해설사람과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한국 현대시의 지평을 넓힌 김남조 시인이 어제 2023년 10월 10일 별세했다(향년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