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민들레의 영토. 이해인 시인의 출세작품. 종신서원을 하던 해에 창작.
민들레의 영토
/이해인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 남은 저녁노을에
저렇게 긴 강이 흐른다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의 꽃씨
흐려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픔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 싶은 얼굴이여 🍒
❄출처 : 이해인 시집, 『민들레의 영토』, 카톨릭출판사, 초판 1976.
🍎 해설
이 시는 이해인 시인의 출세작품이다. 이 시는 이해인 시인이 수녀회에 입회한 해인 1965년, 수녀원의 한 귀퉁이에 핀 민들레를 보고 창작되었다. 부산 광안리 수녀원을 산책하던 어느 날 시인은 극히 좁다란 돌틈을 비집고 당당히 피어난 노란 민들레를 보고 “아. 어쩌면…”하고 솟구치는 기쁨에 몸을 떨면서 그의 정다운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넌 왜 고민하니 ? 나처럼 살면 되잖아. 네가 원하기만 하면 좁은 땅에 앉아서도 모든 이를 뜨겁게 사랑할 수 있어.” 민들레는 시인에게 시를 주었다.
이 시의 핵이 되는 시어는 ‘사랑’과 ‘고독’이다. 그것은 우리 인생 그 자체에 연결되는 단어이다.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따스한 사랑의 마음을 과장됨이 없이 잔잔하게 표현하였다. 묻어 있는 사랑에 대한 애수가 심금을 울린다.
이해인 시인의 첫시집 <민들레의 영토>의 서문에서 밝힌 박두진 시인의 글은 이해인의 시가 왜 감동적일 수 있는지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 박두진 시인 해설
클라우디아 이해인 수녀의 시작품을 처음 대했을 때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의 감정적 진실에 놀라고 감동했다. …·中略……그 종교적 테두리를 방패로 한 순수긍정적인 소명감적인 헌신의 노래, 그러한 기구이기보다는 인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깊은 갈등, 종교적 헌신으로 도달될 수 있는 영원한 법열과 인간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정직한 고민, 고독감, 슬픔 같은 것이울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인간. 인생, 청춘에 대한 결연한 결단, 전부를 향기로 바치고자 하는 이의 지순한 헌신의 각오가, 이 모두를 조화한 신에의 제사로, 그러한 영혼의 불꽃으로 타고 있는 것이었다.
❄출처 : 이해인 시집, 『민들레의 영토』, 카톨릭출판사, 초판 1976, 박두진 시인의 서문.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의 고움도
나는 싫어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의 꽃씨
흐려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픔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 싶은 얼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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