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

서정주 명시 추천사 <춘향의 말>

무명시인M 2020. 12. 6. 07:21
728x90
반응형

서정주 명시 추천사 <춘향의 말>..향단아 그넷줄을 밀어라.

서정주 명시 추천사 <춘향의 말>. 많은 문학평론가들은 이 추천사를 서정주 시인의 명시 베스트 3중 하나로 꼽는다. 이 블로그는 이 추천사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하였다.

 

추천사(鞦韆詞)

- 춘향(春香)의 말(1)

/ 서정주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밀 듯이,

향단아.

 

이 다수굿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뇌이듯한 풀꽃더미로부터,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산호(珊瑚)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다오.

채색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다오!

 

서(西)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다오.

향단아.

 

<출처: 서정주, 추천사, 서정주 저 미당 서정주 전집1시,은행나무, 2015>

============================================

*鞦韆(추천) : 그네의 옛날 한자말

-추천에 가죽 혁(革)자가 들어간 것은 몽고족,거란족,여진족들이 가죽으로 그넷줄을 만들어서 사용했던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그네는 춘향의 사랑이 싹트고 꽃핀 상징이다.

*서(西)으로: 서쪽으로

*우수작인데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시 중 하나다.

*한자 사용과 맞춤법은 시인의 발표 원고 그대로

 

🍏해설

 

향단아 그넷줄을 밀어라. 모든 시는 첫 줄에서 대개 승부가 난다.첫줄이 절묘한 리듬이다.

외로운 사람에게는 밤이 아주 길다.사랑에 불타는 춘향이로서는 서쪽으로 가는 달같이 느릿느릿 갈 수가 없다.

 

자신의 사랑을 가로막고 있는 세상의 쓸데없는 반상(班常) 계급제도와 형식뿐인 도덕과 완고한 모든 속세의 것들로부터 훨훨 떠나서 멀리 날고 싶은 춘향의 마음을 그리고 있다.

 

어디 춘향이 뿐이랴.꼭 남원의 광한루(廣寒樓)이어야만 하는가.

지금 우리도 그런 그네를 한번 타고 싶은 때가 가끔 있는게 아닐까.

 

이 시가 서정주 시인의 명시 중 베스트3인데도 대중에게는 좀 덜 알려진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마도 추천사라는 제목이 너무 생소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읽어 볼수록 명시다.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밀 듯이,

향단아.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다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