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나태주 감동시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무명시인M 2021. 1. 28. 04:52
728x90
반응형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나태주 감동시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를 감상해 보자. 이 시는 실화다. 눈물없이는 못 읽는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더불어 약과 더불어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장롱에 비싸고 좋은 옷도 여러 벌 가지지 못한 여자예요.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는 여자이지요. 자기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귀퉁이 가지지 못한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는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돈을 아끼느라 꽤나 먼 시장 길도 걸어다니고 싸구려 미장원에만 골라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잘 들어 응답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출처: 나테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나태주 대표 시선집,푸른길,2017>

 

🍏해설

이 시는 실화다. 나태주 시인이 충남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던 중 췌장에 이상이 생겼다.큰 병원에 갔더니 수술불가, 치유불가라는 사형선고같은 최후통첩을 받았다.

 

시인은 무작정 하나님께 매달리며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기도를 드렸다. 아내의 기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나님 저는 절대로 혼자서는 공주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결단코 저 사람을 살려주십시오.’

 

시인은 자신보다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에 대한 안쓰러움이 더 컸기에, 그 마음을 하나님께 하소연하며 이 기도시를 마지막 편지처럼 썼다.

 

두 사람이 떼를 쓰듯 기도한 덕택인지,하나님께 써서 올린 이 마지막 기도시 덕택인지 기적적으로 병은 호전되어 급기야 완쾌하였다.소설같지만 실화다.

아내의 답시

저의 남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아내의 답시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나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나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나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출처: 나테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나태주 대표 시선집,푸른길,2017>

 

🍏해설

이 시는 나태주 시인의 아내 글이 아니라 사실은 이정록 시인이 아내의 답시 인양 썼다. 그러나 이 시도 감동을 주었다.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