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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림 좋은 시 가정식 백반

무명시인M 2021. 12. 27.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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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림 좋은 시 가정식 백반. Source: www. pixabay. com

윤제림 좋은 시 가정식 백반.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살 냄새가 묻어나는 좋은 시다.

가정식 백반

/윤제림

아침 됩니다 한밭식당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낯 검은 사내들,

모자를 벗으니

머리에서 김이 난다

구두를 벗으니

발에서 김이 난다

 

아버지 한 사람이

부엌 쪽에 대고 소리친다,

밥 좀 많이 퍼요. 🍒

 

출처 : 운제림 지음, 시집 그는 걸어서 온다, 문학동네, 2008.

 

🍎 해설

밥 좀 많이 퍼요.”

이 한 구절 때문에 이 시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리얼하다. 인정이 묻어 있다.

이름없는 그러나 일터에서 일을 해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사람사는 동네 냄새가 나고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살 냄새가 묻어나는 시다.

 

🌹윤제림 시인의 자작시 해설

<가정식 백반>이란 시를 쓴 일이 있습니다. 어느 해 겨울 여행길의 식당에서 목격한 광경을 시로 옮긴 것입니다.

 

그들은 무언가 거룩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들처럼 보였습니다. 저마다 눈보라를 헤치고 귀가한 가장들의 늠름한 표정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식당이 제 집의 부엌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오늘도 푸른 들판을 닮은 일터에서 그들의 농사를 짓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이들 덕택에 저는 삽이나 괭이를 들지 않아도 되는 것이지요. 청소당번도 맡지 않고 밥 짓고 설거지하는 일 한번 하지 않고, 생애의 절반 이상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 저로 하여금, 글농사를 열심히 짓지 않으면 죄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각성에 이르게 합니다.

 

제 할 일 대신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윤제림은 시인으로 살아갑니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저녁을 맞습니다.

- 윤제림 시인, 14회 지훈문학상(2014) 수상자의 말에서 발췌.

 

🌹 장석남 시인의 해설

아직 추위가 가지 않은 새벽, 사내들이 밀어닥친다. 봄처럼 밀어닥친 사내들. 무엇에도 구애받길 거부하며 자라난 사내들. 요것조것 따지며 살고 싶지 않은 사내들. 그들의 뼛속엔 노모의 근심도, 어린 아이들의 애잔한 칭얼거림도 박혀 있겠으나 근육에는 생명이 번쩍인다.

 

아침밥 먹기 전에 무슨 일들을 하고 왔을까? 집을 짓는 사람들일까? 길을 닦는 사람들일까? 암튼 이 생명력 넘치는 허름한 식당이 그 어떤 새벽 예배당보다 성스럽다. 그 어떤 기도회보다 하나님과 가깝다. 권위가 아닌 생명으로 충만한 이 젊은 아버지들에게 유식한 논란은 필요치 않다. 다만 일이 있어 즐겁고 일이 있어 아름답다. 세상이 이들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이들에게 푸다 만 듯한 밥공기를 내밀어서는 안 된다. 세상이 이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

 

이들의 기도는 심플하고 간절하다. '밥 좀 많이 퍼요.' 자연스레 백반집 주인은 김 무럭무럭 나는 흰 쌀밥을 퍼주고는 이날 아침 높은 하나님이 되었으리.

- 장석남 시인, 언론 기고문(2012)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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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됩니다 한밭식당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낯 검은 사내들,

 

아버지 한 사람이

부엌 쪽에 대고 소리친다,

밥 좀 많이 퍼요.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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