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효 짧은 시 박목월. 박목월 시인을 압축적으로 형상화한 짧고 좋은 시다.
박목월
/윤효
“선생님 대표작은 나그네지요?”
닳도록 외우며 자랐으므로, 그 초짜 시인의 질문은 타당한 것이었다.
“아니. 오늘 밤에 쓸기다.”
그의 답변 또한 매우 합당한 것이었다.
그의 시가 죽지 않는 까닭이다. 🍒
🍎 해설
“선생님 대표작은 나그네지요?”라고 물으면, 박목월 시인은 정색을 하고, “아니. 오늘 밤에 쓸기다”라고 대답한다. 매 순간 자신은 최고의 시를 쓴다는 그 심장의 잉크로 시를 쓰던 박목월 시인. 이 시처럼 박목월 시인을 압축적으로 형상화 한 시는 없는 것 같다.
그 누구라도 시 쓰는 일이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일을 한다면, 그 사람은 그 일을 하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것이다.
🌹 나그네가 대표작인가요 박목월 시인의 답변
“대표작은?”
흔히 받게 되는 질문이다.
“글쎄요?”
내가 대답을 망설이면,
“<나그네> 아닐까요?”
그분의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나그네>를 대표작이라 생각해 본 일도 없고, 이 작품에 대하여 각별한 애착을 가져본 적도 없다. 작자에 있어서 모든 작품이란 그 자신의 어쩔 수 없는 감정의 필연성에서 빚어진 것이다. 애착을 가진다면, 그가 빚은 모든 작품에 애착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작가나 시인에 있어서 대표작이란 그 자신이 붙인 레테르가 아니라, 세론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여 그 작품이 가장 우수한가 하는 의미가 아니다. 많은 독자의 너른 공감권을 획득하는 것과 작품의 질적 우수성이 동질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여 내게 있어서는 젊은 날에 내가 입다 버린 낡은 옷과 같은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진정으로 관심과 애착을 가지는 작품은 지금 내가 빚고 있는, 혹은 빚으려는 작품이다. 창조자로서 나 자신은 과거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나 애착보다 오늘 빚는 일에 애정과 정열을 가지게 되며, 그것을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집중할 뿐이다.
“옥에 티와 미인의 이마에 사마귀 하나야 버리기 아까운 점도 있겠으나, 서정시에서 말 한 개 밉게 놓이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 출처: 박목월, 「청록집」.1975에서 발췌.
“선생님 대표작은 나그네지요?”
“아니. 오늘 밤에 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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