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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좋은 시 슬픔이 기쁨에게

무명시인M 2021. 10. 29.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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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좋은 시 슬픔이 기쁨에게.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정호승 좋은 시 슬픔이 기쁨에게. 진정한 사랑에는 슬픔이 있다.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

 

출처 :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동인지 반시에 발표, 1978).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창비, 2014.

 

🍎 해설

이 시는 정이 메말라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대 사회를 성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모습을 통하여 현대인들의 이기심을 반성하고, 더불어 사는 삶의 자세를 회복해야 함을 역설한 시다.

 

’(기쁨)는 기쁨만 알았지 슬픔을 모르고 지낸 이기적인 인물이다. 또한 는 사랑에 무관심하며, 남을 위해 눈물 흘릴 줄도 모르며, 기다릴 줄도 모르는 인정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웃들의 고통과 슬픔을 아는 ’(슬픔)역시 남의 아픔을 끌어안고 소외된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는 고통에 떠는 사람들을 위해 함박눈을 멈추게 하고 그 눈 그친 눈길 위를 와 함께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노라고 다짐한다. 슬픔의 힘은 바로 그 함께 걷는 마음에서 뻗어 나온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진정한 사랑에는 슬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은 슬픔을 어머니로 하고 눈물을 아버지로 한다. 사랑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은 바로 고통 때문이다.’

시인은 슬플 때 위로와 기쁨이 되어주고, 기쁨이 슬픈 이의 마음을 다독이고 헤아려줄 줄 아는 세상, 슬픔과 기쁨이 서로 포용하고 나누며 살자고 한다. 소외된 이웃에 관심과 사랑으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고 노래한다.

 

슬픔과 고통의 힘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시다.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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