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박목월 좋은 시 임

무명시인M 2021. 10. 27.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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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좋은 시 임.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박목월 좋은 시 임. 시인이 자신의 마음을 매일 갈고 닦는 이유는?

/박목월

내사 애달픈 꿈꾸는 사람

내사 어리석은 꿈꾸는 사람

 

밤마다 홀로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

 

기인 한밤을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

 

어느날에사

어둡고 아득한 바위에

절로 임과 하늘이 비치리오 🍒

 

출처 : 박목월, , 청록집(저자: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을유문화사, 1946.

 

🍎 해설

시인은 자신을 어둡고 아득한 바위를 매끄럽게 하고자 눈물로써 그것에 대고 문지르며 연마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바위는 일제 강점기 시대이면서 시인의 마음 속이다. 임과 하늘은 조국과 광복인 듯 하다. 임과 하늘(조국 광복)을 맞고자 매일 간절한 눈물로써 자신의 정신을 갈고 닥겠다는 의지가 간절한 시적 에스프리로 담겨 있다.

 

🌹 박목월 시인의 자작시 해설

<청록집(靑鹿集)>은 해방된 이듬해, 19466월에 나오게 되었다. 박두진ㆍ조지훈과 함께 15편씩 모아 엮은 것이었다. 일제 말기의 암흑기에 써 두었던 작품으로서 민족진영에서 출판된 해방 후의 첫 시집이기도 하였다.

 

<>이란 시는 그 시집에 수록된 작품 중의 하나이다. <기인 밤> 같은 일제 말기에 몇 줄의 시를 써서 그 자신을 달래던 애달픈 꿈을 꾸는 사람’, 그것은 서정시인으로서 나 자신이요, 어느 의미에서 우리 겨레일 수도 있었다.

 

1939년 추천을 끝내었지만, 또한 그것이 비교적 시단의 호평을 받아, 밝은 앞길을 약속해 주었지만, 우리에게는 시를 발표할 길이 막혀 버렸던 것이다. [문장]지와 더불어 모든 신문과 잡지가 폐간을 당하게 되고, 우리 문화를 말살하려는 일제의 악랄한 탄압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1941년의 태평양전쟁으로까지 진전된……일본은 강력한 전시 체제를 갖추는 것과 아울러 그들에 대한 정책을 철저한 한국 말살정책으로 이끌어 갔다.……1941년 이후 우리의 민족과 생존은 있었으나, 우리의 문학 활동은 사실상 공백상태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815 해방이 올 때까지 문학은 우리 민족의 양심과 함께 침묵 속에 빠져갔다.]

 

조연현(趙演鉉)씨의 말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시를 쓴다는 것이 부질없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민족의 양심과 함께 침묵 속에 빠져간, 그 침묵 속에서 나는 하늘과 임을 희구하며 돌을 가는 직업으로써 시를 쓴 것이다. 돌은 곧 나 자신의 심적인 절망과 억압과 울적함의 표상이요, 그 돌결을 가는 고된 작업은 나 자신의 정신 자세를 바로잡으려는 염원이요, 삶의 길을 희구하는 기도일 수 있었다.

 

어느 날에사 어둡고 아득한 바위에 절로 임과 하늘이 비치리오.’라는 이 구절이야말로 나의, 혹은 우리들의 가장 처절한 절규라 할 수 있다. 물론 임은 조국이요, 하늘은 광복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만 이 구절에서 절로라는 말에 악센트가 놓여 있다. 처음 이 구절은, ‘어느 날에사 스스로 임과 하늘이 비치리오.’라고 노래하였다. 하지만 스스로, ‘절로나 그 뜻에서는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우리의 능력으로서는 가능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임과 하늘이 비치는, 조국의 광복은 인간 이상의 능력이 이루어 주시게 되리라는 체념과, 또한 그 초인간적인 신에의 기원으로서 하늘을 우러러 보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절망이 우리를 억누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절대의 궁지에서 내가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신에의 신뢰의 표현이기도 하였다.

 

신은 우리 겨레를 저버리지 아니하고, 힘과 하늘을 베풀어 주리라는 기대와 기원 속에서, 우리는 암흑한 시대의 심연 속에서 참아온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스스로획득할 수 있는 임과 하늘이기보다는 절로우리에게 베풀어지는 것일 수 있었다. 즉 우리들의 소원 성취를 세월에 맡겨 버리기는 하나, 결코 절망하지 않겠다는 것이 절로라는 말에 깃들어 있는 표현적인 뉘앙스라는 뜻이다.

 

절로는 그 당시 내가 즐겨 입에 담던 말이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시적 표현을 빌면, ‘절로라는 한 개의 어휘 안에 나는 겨우 숨 쉴 자리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운명이나 소망은 산 절로 수 절로에 맡겨 버리는 체념과 또한 자연의 섭리에 대한 수긍과 동화를 통해서만 그 어둡고 답답한 시대 속에서 자신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비치리오라는 자탄적인 반문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아무리 우리의 운명이나 소원을 자연의 섭리에 맡겨 버려도, 그것으로 안주할 수 없는 안타깝고 애타는 심정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한탄적ㆍ직설적인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도적ㆍ호소적인 작품에서 다양스러운 메타포가 번거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밤마다 홀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 기인 한밤을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 ‘바위가 있기로를 거듭한 것은 음악적인 정돈을 위하여 회전과 반복을 시도한 것으로, 이 회전을 통하여 유연한 탄력을 가지게 하며, 애련한 정서를 표출시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에서 이와 같은 반복은 정서가 표면으로 흐르기 쉽고, 작품이 가난하고 단순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 박목월 : <청록집>(삼중당.1975), 자작시 해설 발췌.

 

내사 애달픈 꿈꾸는 사람

내사 어리석은 꿈꾸는 사람

 

어느날에사

어둡고 아득한 바위에

절로 임과 하늘이 비치리오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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