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윤효 짧은 시 그리움 8

무명시인M 2021. 10. 23. 06:35
728x90
반응형

윤효 짧은 시 그리움 8.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윤효 짧은 시 그리움 8. 짧은 시를 지향하는 시인이다.

그리움 8

/윤효

중학교 3학년 올라갈 무렵

열다섯 살 무렵

봄방학 며칠 앞두고

편지 한 통을 전해 받았다

보낸 이의 이름이 없었으나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가슴 한복판으로 기찻길이 생겼다 🍒

 

출처 : 윤효, 그리움 8, 물결, 다층, 2001.

 

🍎 윤효 시인의 자작시 해설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말을 전하면서 가슴 한복판으로 기찻길이 생겼다. 기차가 다닐 수 없는 짧은 기찻길에는 그리움이 다니고 있었다. 문득 그걸 알았다. 비워내고 버리고 싶은 내 속의 부끄러움과 통증이 사실은 내 그리움의 본령이란 거. 그것이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한다는 거. 은행나무 아래에는 수많은 은행나무 새순이 자란다. 어린 새순을 파보니 아직도 은행이 매달려 있었다. 은행 옆구리를 헤집고 나온 새순이 파란 생명을 잉태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저 새순은 바로 자신의 자궁을 뚫고 나온 거로구나. 모든 생명은 상처가 만들어내는 거로구나. 다시 그리움으로 인해 가슴 한복판으로 기찻길이 생겼다. 어디선가 기차가 슬프게 울었다.

 

🌹 윤효 시인

195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1984년 미당 서정주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오산중학교 교장 역임. 물결》 《얼음새꽃》 《햇살방석》 《참말등의 시집을 내는 동안 제16회 편운문학상 우수상, 7회 영랑시문학상 우수상, 1회 풀꽃문학상을 받았다. 짧은 시를 통해 시의 진면목과 마주서고자 하는 작은·채송화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올라갈 무렵

열다섯 살 무렵

봄방학 며칠 앞두고

편지 한 통을 전해 받았다

보낸 이의 이름이 없었으나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가슴 한복판으로 기찻길이 생겼다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