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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좋은 시 목수의 손

무명시인M 2021. 9. 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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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좋은 시 목수의 손.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정일근 좋은 시 목수의 손. 아름다운 상상력, 깊이가 있는 시다.

목수의 손

/정일근

태풍에 무너진 담을 세우려 목수를 불렀다. 나이가 많은 목수였다. 일이 굼떴다. 답답해서 일은 어떻게 하나 지켜보는데 그는 손으로 오래도록 나무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못 하나를 박았다. 늙은 목수는 자신의 온기가 나무에게 따뜻하게 전해진 다음 그 자리에 차가운 쇠못을 박았다. 그 때 목수의 손이 경전처럼 읽혔다. 아하, 그래서 목수(木手)구나. 생각해보니 나사렛의 그 사내도 목수였다. 나무는 가장 편안한 소리로 제 몸에 긴 쇠못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

 

출처 : 정일근, 목수의 손,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 시학, 2006.

 

🍎 해설

정일근의 시는 아름답다. 그의 시적 상상력은 아름답다.

시인은 태풍에 무너진 담을 세우려고 목수를 부른다. 그러나 그 목수가 행동이 너무 느렸다.

 

그러나 알고 보니 목수가 그렇게 굼뜨게 행동했던 것은 "자신의 온기가 나무에게 따뜻하게 전해진 다음 그 자리에 차가운 쇠못을 박기위함이었다.

목수(木手)란 글자 그대로 나무의 손을 가진 사람이다. 나무와 따스하게 실핏줄이 통하는 사이다. 그러기에 자신과 한 핏줄인 나무가 통증을 느끼지 않게 "가장 편안한 소리로 제 몸에 긴 쇠못을 받아들이도록" 한 다음에야 못을 박는다.

 

나사렛 사내 목수는 예수인 모양이다. 청년 예수가 목수 생활을 했던 것 같다. 그 청년 예수는 자신의 온기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전해진 다음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말했던 것 같다.

 

나무의 손을 가져야만 나무를 부드럽게 다루는 빼어난 목수가 될 수 있다. 우선 아주 가까운 내 가족에게 목수의 손을 갖고 살아가야 하겠다.

 

 

🌹 정일근 시인

1958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경남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과를 졸업하였다. 1984년 무크지 <실천문학>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 <처용의 도시> <경주 남산>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오른손잡이의 슬픔>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 등이 있다.

 

현재 시힘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를 거쳐 경남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전 국어 교사로서 근무했을 때에 진해 남중학교에 첫 발령을 받은 뒤 쓴 시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바 있다.

 

늙은 목수는 자신의 온기가 나무에게 따뜻하게 전해진 다음 그 자리에 차가운 쇠못을 박았다.

나무는 가장 편안한 소리로 제 몸에 긴 쇠못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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