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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가슴에 묻은 김칫국물. 다른 사람과의 소통방법.
가슴에 묻은 김칫국물
/손택수
점심으로 라면을 먹다
모처럼 만에 입은
흰 와이셔츠
가슴팍에
김칫국물이 묻었다
난처하게 그걸 잠시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평소에 소원하던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김칫국물을 보느라
숙인 고개를
인사로 알았던 모양
살다보면 김칫국물이 다
가슴을 들여다보게 하는구나
오만하게 곧추선 머리를
푹 숙이게 하는구나
사람이 좀 허술해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망한 김칫국물 한두 방울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 일이다. 🍒
❄출처 : 『서정시학 2003년 겨울호』, 서정시학사, 2003.
🍎 해설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너무 빈틈없는 사람에게는 사람이 가질 않는다. 틈이나 빈틈이 있어야 다른 사람이 들어갈 여지가 있고,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사람이 좀 허술해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망한 김칫국물 한두 방울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 일이다.
내가 먼저 고개를 숙인다. 그러면 상대방도 인사를 한다. 소통은 가슴에 묻은 김치국물에서 시작한다.
흰 와이셔츠
가슴팍에
김칫국물이 묻었다
난처하게 그걸 잠시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평소에 소원하던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김칫국물을 보느라
숙인 고개를
인사로 알았던 모양
사람이 좀 허술해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망한 김칫국물 한두 방울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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