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무명시인M 2024. 10. 21.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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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우수 시 작품.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

 

출처 :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 해설

소설가 한강 韓江의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계의 쾌거이자 국가적 경사이다. 그는 국민들의 마음에 큰 기쁨을 선물하였다. 그의 시를 읽어 보니까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선입관 때문인지 뛰어난 작품이 많았다.

 

저녁 밥상에 앉으면 오늘 지나간 일들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때가 있다. 일이 왜 이렇게 안 풀리는 건지, 그 사람은 왜 그렇게 남의 속을 뒤집어 놓는지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시인은 저녁 식탁에 놓인 흰 공기에 담긴 밥이 천천히 김을 피워 올리다가 금방 사라지는 걸 보고 깨닫게 된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김을 보며 '이 또한 김처럼 지나가리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현실적 아픔도,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깊은 그 어떤 슬픔도,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또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는 작은 깨달음.

 

이럴 때 한강 작가처럼 마음을 바로 보살피자. 이런 때야말로 밥심이 최고의 보약이다. 우선 밥을 긍정적인 마음에서 먹고 보자.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그 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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