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

이상 거울

무명시인M 2024. 1. 15.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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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거울.

이상 거울. 이상 시인의 시 중 가장 쉬운 시.

거울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
 
❄출처 : [가톨릭청년](1933. 10)에 첫 발표, 이상 시집, 『이상 시전집』, 권영민 엮음, 민음사, 2022.
 

🍎 해설

난해시로 유명한 이상 시인의 시 중에서 가장 쉬운 시 중 하나다. 가장 쉬운 시인데도 그렇게 쉽지는 않다.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상은 다른 많은 작품에서도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모든 상식이나 질서를 거부한다는 뜻도 된다.
 
시인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정반대라 한다.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왼손잡이라며, 현실의 나와는 완전히 단절된 존재라고 말한다. 거울은 나의 모습을 확인해 주는 대상이 아니라, 진정한 나와의 만남을 단절시키는 존재이다.
 
'거울 밖의 나'는 또 하나의 나인 '거울 속의 나'와는 전혀 어울릴 수 없는 낯선 관계로, 자의식 속에 떠오르는 '나'에게 접근될 수 없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서로가 단절되어 있는 이 두개의 자아가 합쳐질 때 비로소 완전하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자아를 상실하고 고뇌하는 현대인의 의식의 비극성의 한 단면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시인에게는 거울 밖의 나인 현실적 자아와 거울 속의 나인 반성적 자아가 있다. 시인의 자아의 분열은 결국 현실과 이상, 행동과 의식을 일치시키지 못한 채 괴롭게 살아가야 하는 데서 온다. 거울, 즉 반성적 의식의 저편에 있는 자아에 대해 `잘은모르지만' ’외로된 사업에 골몰’할 것이라고 말한다.
 
좁혀서 본다면 이 시의 방아쇠는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와 최종 행의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의 표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모순된 현실에 대한 자기의 무능을 자기도 바라만 보고, 어쩔 수 없음을 자의식하는 것을 형상화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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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오
잘은 모르지만 외로된 사업에 골몰할께요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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