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선운사에서. 사랑의 이별도 지는 꽃처럼 금방 잊을 수는 없을까?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출처 : 최영미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 1999. 🍎 해설 선운사는 동백꽃으로 유명하다. 선운사의 동백꽃은 겨울 눈 속을 이겨내고 핀다. 어렵게 핀다. 그러나 동백꽃이 질 때에는 꽃잎이 봉오리 채 그냥 툭 하고 떨어져 버린다. 바로 잠깐이다. 사랑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그런데 이별을 하는 것은 왜 이리 힘이 들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