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상리과원. 서정주 시인의 시 세계를 압축하고 있는 우수작품. 상리과원(上里果園) /서정주 꽃밭은 그 향기만으로 볼진대 한강수나 낙동강 상류와도 같은 융륭한 흐름이다. 그러나 그 낱낱의 얼굴들로 볼진대 우리 조카딸년들이나 그 조카딸년들의 친구들의 웃음판과도 같은 굉장히 즐거운 웃음판이다. 세상에 이렇게도 타고난 기쁨을 찬란히 터뜨리는 몸뚱아리들이 또 어디 있는가. 더구나 서양에서 건너온 배나무의 어떤 것들은 머리나 가슴패기만이 아니라 배와 허리 다리, 발꿈치까지도 이쁜 꽃송아리들을 달았다. 맵새, 참새, 때까치, 꾀꼬리, 꾀꼬리 새끼들이 조석으로 왼종일 북치고 소고 치고 미짓굿 울리는 소리를 하고, 그래도 모자라는 놈은 더러 그 속에 묻혀 자기도 하는 것은 참으로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이것들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