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삶의 나이. 참 삶을 성찰하게 하는 깊이있는 시.삶의 나이/박노해어느 가을 아침 아잔 소리 울릴 때 악세히르 마을로 들어가는 묘지 앞에 한 나그네가 서 있었다 묘비에는 3.5.8...숫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아마도 이 마을에 돌림병이나 큰 재난이 있어 어린아이들이 떼죽음을 당했구나 싶어 나그네는 급히 발길을 돌리려 했다 그때 마을 모스크에서 기도를 마친 한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오며 말했다 우리 마을에서는 묘비에 나이를 새기지 않는다오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오 사는 동안 진정으로 의미 있고 사랑을 하고 오늘 내가 정말 살았구나 하는 잊지 못할 삶의 경험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자기 집 문기둥에 금을 하나씩 긋는다오 그가 이 지상을 떠날 때 문기둥의 금을 세어 이렇게 묘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