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좋은 시 김밥 싸야지요. 가을이다. 김밥을 싸서 가족과 함께 소풍을 가보시기 바란다. 김밥 싸야지요 /박노해 어미니 뭐해요 김밥 싸야지요 오늘은 휴일인데 아침해도 밝네요 고단하신 어비진 가을볕을 먹어야 해요 푸른 하늘물에 시린 눈동자 씻어야 해요 어머니 오늘은 김밥을 싸요 우린 너무 좁게 지냈잖아요 우린 너무 빨리 살았잔아요 텔레비전도 끄고 짜잔한 말도 끄고 오늘은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에 천천히 흙길을 걸어보아요 우린 가슴샘에서 솟아나는 참얘기를 오롯이 나눈 지가 너무 오래 되었어요 산자락을 돌아 들길을 걸으며 아버지 휘파람을 불어주세요 어머니 십팔번을 불러보세요 철이네도 같이 가요 민이네도 불러요 우리 함께 합창하며 둥글둥글 춤추어요 어머니 뭐해요 김밥 싸야지요 오늘은 휴일날, 가을 아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