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신경림 동해바다 - 후포에서

무명시인M 2023. 10. 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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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동해바다 - 후포에서.

신경림 동해바다 - 후포에서.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이는 동해바다처럼.

동해바다 -후포에서

/신경림

친구가 원수보다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멧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돌처럼 잦아지고 굳어지나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다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
 
❄출처 : 신경림 기행시집, 『길』, 창비, 2000.
 

🍎 해설

* 후포는 경북 울진 아래에 있는 작은 어항이다.
이 시는 시인이 오랜 민요기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찾은 마을, 그리고 바라보고 지나친 바다와 산을 툭 터놓은 마음으로 노래한 시 중 하나다. 경북 울진 후포마을에서는 이 시를 시비로 만들어 세워 놓았다.
 
바다 앞에 서면 사람은 한없이 작아진다. 동해 바다를 바라보면서 ‘친구가 원수보다 미워지는 날’을 돌이켜 본다. 세상이 어지럽다는 핑계로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잘못된 인격, 소심하고 이기적이 되어가는 잘못된 태도를 가지게 되었음을 반성하며 부끄러움을 느낀다.
 
무한히 넓고 깊어 모든 것을 끌어안고 받아들이는 동해 바다처럼 성숙한 인격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억센 파도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단련하는 바다의 모습에서 남에게는 너그럽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태도를 발견하고 이와 같은 삶의 자세를 지닐 수 있기를 바란다.
 
가을은 겸손과 너그러움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계절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이는“ 짙푸른 동해바다에 있는 자그마한 어항으로 조촐한 여행을 다녀 오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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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원수보다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멧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보이는 때가 많다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티끌만한 잘못이 멧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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