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선 좋은 시 가을 편지. 가을 벤치에 한번 앉아 보세요.
가을 편지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 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워가고 있습니다
그 빈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
❄출처 : 나태주, 송수권, 이성선 지음, 『별 아래 잠든 시인』,문학사상,2001.
🍎 해설
가을 벤치에 앉으면 나뭇잎이 하나 둘씩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떨어지는 나뭇잎 사이로 빈 곳에 파란 가을 하늘이 조금씩 보인다.
그 벤치에 앉아 한 칸씩 비어가는 푸른 가을 하늘 백지에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사랑의 참회의 편지를 쓰고 싶다. 하늘로 날라가는 나뭇잎에 그 편지를 전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메말라 가는 도시의 황량한 서정 속에서 여러분도 이런 가을 서정을 체험해 보시기 바란다. 가까운 시내 여의도 공원 벤치에 앉아 그리운 사람에게 가을 편지를 써 보시기 바란다.
순수서정을 표방하고 자연과의 교감을 추구했던 고 이성선 시인에게 조정권 시인은 이런 조사를 보냈다.
“평생을 설악산 밑에서 시를 써온 山시인 이성선, 그는 산신령의 품으로 찾아갔다.”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 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워가고 있습니다
그 빈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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